옛말에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은 저는 보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보험이란 한 나라안에서, 특히 우리나라 같이 작은 나라안에서는 거의 비슷한 사고율, 비슷한 보험요율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보험료가 남보다 싸다? 그것은 무언가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부분이 살짝 고객모르게 빠져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낫다는 자동차보험을 볼까요? 인터넷보험이라고 싸다고들 많이들 가입합니다.
보상에 대해, 기타 다른 보험에 대해 잘모르는 텔러들을 앉혀놓고 전화로만 받아서 계약체결을 하니 보험료가 쌀 수밖에요.
사고가 나면, 누구네는 설계사가 싸바싸바 코치해줘서 보험금도 많이 타먹고, 보험료 절약도 많이 했다는데 나는 사고나도 물어볼데가 없다니.... 막상 보험료 좀 쌀데는 좋았지만 사고나면 당장 아쉬워지는게 인터넷보험입니다.
실제로 제가 소장하면서 인터넷보험으로 옮겨가신 고객들이 사고나면 결국 저한테 다시 전화해서 미안하다며 내년에는 꼭 다시 오프라인으로 들겠다고 하시면서 보상 상담을 부탁하는 사례를 참 많이 겪었습니다.
하물며 장기보험의 경우에는 정말 보험료가 그리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인터넷이나 홈쇼핑, 신문광고, TM으로 들이대는 보험상품들의 특징은 무조건 싸야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대중매체광고를 직접 해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그런 대중매체에 광고를 낼 때, 광고주쪽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과연 어떤 담보를 살짝 빼고, 어떤 담보의 보상한도를 살짝 줄여야 티안나게 보험료는 확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가 제일화재 소장으로 있을때 신입사원 한명이 D사에서 한창 신문광고하는 자녀보험을 가지고 저한테 왔습니다.
자기가 보기에도 D사 상품이 우리회사 상품보다 30% 가까이 저렴하면서도 담보는 왠만큼 있을건 다있다고... 왜 우리회사는 이렇게 비싸냐고....
제가 유심히 돋보기 가지고 살펴봤습니다. 당시 저는 손바닥 만한 돋보기를 이럴 때 쓸려고 항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보장한도 부분을 유심히 보니 자녀의 상해 의료비는 100만원(우리는 보통 300만원 설계), 상해 입원일당은 1만원(우리는 보통 3만원 설계), 질병입원일당은 아예 빠져있고.....거기에 결정적으로 질병입원의료비가 대부분 회사들이 3천만원 한도로 보상을 하는데 여기는 1천만원까지 밖에 보상이 되지 않더란 겁니다.
자녀보험은 상해치료비, 일당, 질병입원의료비가 보통 보험료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렇게 장난을 조금만 치면 보험료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거든요.
또 한 예로 어느 고참 설계사가 외국계인 L생명의 정기보험 홈쇼핑 광고를 녹화해서 가져왔습니다. 보험료가 일반적인 타사 보험료의 1/2 수준밖에 안된다고 이럴 수 있냐고.... 제가 처음에 봐도 정말 싸고 좋더군요.
약 30여분 진행되는 홈쇼핑 동영상을 두번 세번 돌려보다 결국에는 싼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정말 딱 1번, 30분동안 정말 딱 1번, 그것도 상품설명 글이 빽빽한 화면에 아주 잠깐 스쳐가듯 아주 조그맣게 새겨져있는 자막을 발견했습니다.
< 5년만기 갱신조건!!! >
세상에....결국 지금 보험료는 싸지만 5년마다 보험료를 새로 정해서 부과한다는....나이가 많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보험료는 두배, 세배 올려 받는다는......이런 중요한 문구를 다시 아무리 돌려봐도 쇼핑호스트의 입으로는 아예 들을 수 없고, 그 화면 한구석에서만 유일하게 적혀있는데 정말 이건 같은 보험 영업인으로서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이런 엉터리 같은 보험영업꾼든이 판을 치는 것은 보험 소비자들의 책임도 큽니다.
보험료 좀 싸게 해주세요, 좀더 싼보험 없나요?
아닙니다. 보험, 제값 다주고 가입하십시오. 보험료는 절대적으로 싼게 비지떡입니다.
제가 호두과자를 좋아하는데 호두과자에서 호두를 빼내면 원가가 잘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혹시 여러분도, 고속도로변 호두없는 호두과자 같은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건 아닌지...다시 한번 꼭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제발 앞으로는 신문광고, 홈쇼핑, 인터넷보험, TM상품에는 절대 가입하지 맙시다.
보험지기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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